올해 수도권에 27만 채를 짓겠다던 정부가 4개월 동안 고작 3만 7000채에 그쳤다. 2026년 6월 26일 동아일보 보도의 골자다. 숫자만 놓고 보면 9.7대책의 연간 수도권 착공목표 26.8만 호 대비 14% 남짓에 불과하니, 목표 미달을 우려하는 시선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10년 넘게 부동산 통계를 들여다본 경험에서 단언하건대, 착공 통계는 그 속성을 모르면 가장 오독하기 쉬운 지표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는 6월 27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이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4월까지의 실적만으로 연간 성패를 예단하는 것은 이르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고, 통계의 계절성과 올해 공급 구조를 함께 감안하면 그 논리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착공은 연초에 적고 연말에 몰린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착공 실적의 계절성이다. 최근 10년 평균을 보면 수도권 월별 착공 물량은 1월 1.3만 호, 2월 1.4만 호로 연초에 가장 부진하다가, 3월 이후 월 2만 호 수준으로 회복되고, 12월에는 4.5만 호로 폭증한다. 한 해 착공의 상당 부분이 마지막 한 달에 몰리는 셈인데, 이는 공공 부문 착공이 연말에 집중 반영되는 행정·예산 구조 때문이다. 즉 1~4월 실적이 연간 목표의 산술적 3분의 1에 못 미치는 것은 올해만의 이상 현상이 아니라 예년에도 반복돼 온 정상 패턴에 가깝다. 같은 3.7만 호라는 숫자를 "연간 목표의 14%밖에 못 채웠다"고 읽는 것과, "연말로 갈수록 가팔라지는 곡선의 초입에 서 있다"고 읽는 것은 전혀 다른 결론으로 이어진다. 통계를 월 단위 누적이 아니라 연간 곡선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왜 착공이 위축됐나 — 구조적 배경
물론 정부도 착공이 위축됐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전국 착공 물량은 2021년 53.7만 호에서 2023년 24.6만 호로 사실상 반토막이 났고, 수도권 역시 같은 기간 26.6만 호에서 12.7만 호로 급감했다. 10년 평균(전국 45.4만 호, 수도권 24.2만 호)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배경은 어느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복합적 충격이었다. 2021~2022년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재값과 인건비가 동시에 뛰면서 공사비가 급등했고, 2022년 하반기부터는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아 사업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부동산 PF 부실 사태와 전세사기 여파가 겹치며 민간의 사업 추진 여력이 크게 위축됐다. 다만 전국 착공이 2024년 30.3만 호, 2025년 27.3만 호로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회복 신호로 읽어야 한다.

올해 주택공급의 핵심은 '공공 주도'
올해 주택공급 구도가 예년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바로 여기다. 올해는 공공주택 6.2만 호, 신축매입 4.4만 호 등 공공이 직접 주도하는 비중이 39.6%에 이른다. 거의 열 채 중 네 채가 공공의 손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앞서 짚은 두 가지 사실, 즉 공공 착공이 연말에 몰린다는 계절성과 올해 공공 비중이 역대급으로 높다는 사실을 겹쳐 보면, 하반기 물량 집중도가 그만큼 가팔라진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실제로 국토부는 LH·SH·GH·iH 4대 공사와 '공공주택 공급점검 TF'의 6월 24일 점검 결과, 상반기 수도권 공공주택 1.1만 호를 모두 착공 예정이며 연말까지 6.2만 호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주택 착공은 2025년 4.5만 호에서 올해 6.2만 호로 늘고, 내년부터는 역대 최대 규모인 7만 호 이상, 2030년까지는 연평균 10만 호 이상을 착공한다는 중장기 목표까지 제시했다.
제도와 민간을 동시에 움직인다
주택공급 정책은 공공 물량을 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민간이 함께 움직여야 비로소 목표 물량이 채워진다. 정부는 5월 26일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도시형생활주택 규제를 완화하고 비주거 건물의 주거 전환을 촉진했으며, 기금 대출과 특례 PF·분양보증을 확대해 사업자의 자금 부담을 덜었다. 민간 정비사업 역시 절차를 간소화하고 공공재건축·재개발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넓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릴 예정이다. 비아파트 부문에서는 2026~2027년 규제지역에서만 6.6만 호 이상을 매입임대로 흡수하기로 했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할 점이 있다. 제도 완화의 실행 효과는 통상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착공 통계에 반영된다는 사실이다. 5월에 손본 제도가 그 이전인 4월 실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통계의 시차상 당연한 일이며, 이를 두고 제도가 무력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성급하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정리하면, 4월까지의 부진을 곧바로 실패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모든 신호가 안심할 만한 것은 아니다. 서울 착공이 4월까지 7000호로 전년 동기 대비 16% 줄었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경고등이다. 수요가 가장 집중된 핵심 입지에서 공급의 씨앗이 줄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이제부터다. 공공이 연말에 약속한 6.2만 호를 실제로 쏟아내는지, 민간 제도 완화가 하반기 실제 착공으로 전환되는지가 올해 주택공급 성패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정부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원칙 아래 5월 29일 '범정부 주택공급 현장 애로해소 지원센터'를 출범시켜 38개 사업장·1.6만 세대의 애로를 접수했고, 그중 4건·3000세대를 해결 완료했다. 결국 독자가 체감하는 입주 물량은 지금이 아니라 2~3년 뒤의 이야기다. 오늘의 착공 숫자는 그 미래를 가늠하는 선행지표일 뿐이며, 한 분기 실적이 아니라 하반기 집행률과 연간 누적치로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인 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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