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않겠다." 마이클 세일러가 수년간 반복해 온 이 선언은 단순한 투자 철학을 넘어 하나의 신앙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 원칙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비트코인 최대 보유 상장사인 스트래티지(Strategy, 전 MicroStrategy)가 회사 차원에서 보유 코인 일부를 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결정이 세일러 개인이 아니라 이사회의 공식 승인을 거친 기업 전략이라는 사실이다. 10년간 시장을 지켜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번 비트코인 매각은 한 회사의 자금 사정 이상의 신호를 담고 있다.
스트래티지 이사회는 최대 12억5,000만 달러(약 1조9,3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매각을 승인했다. 2026년 6월 29일(현지시간) 발표된 '디지털 크레딧 자본 프레임워크'의 핵심 내용이다. 회사는 6월 초 이미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비트코인 32개를 매각한다고 공시한 바 있는데, 당시 시장은 이를 상징적 조치 정도로 가볍게 넘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규모와 성격이 다르다. 매각을 공식 자본 전략으로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세일러의 '절대 매도 불가' 원칙이 사실상 폐기됐다고 봐야 한다.

왜 지금인가 - mNAV가 1배 아래로 내려간 사건
이번 결정을 이해하려면 'mNAV'라는 지표를 먼저 짚어야 한다. mNAV는 기업가치를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로 나눈 배수다. 쉽게 말해 시장이 스트래티지라는 회사를, 그 회사가 들고 있는 비트코인보다 얼마나 더 쳐주느냐를 나타낸다. 이 배수가 1배보다 크면 시장은 회사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것이고, 1배 아래로 떨어지면 회사 전체를 보유 자산보다 싸게 평가한다는 뜻이다.
스트래티지는 그동안 이 mNAV 프리미엄을 무기로 삼아왔다. 비트코인 1달러어치를 시장에서 2달러, 3달러로 평가받는 동안에는 주식을 발행하거나 전환사채를 찍어 자금을 조달하고, 그 돈으로 다시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선순환이 가능했다. 자기 주식이 비싸게 팔릴 때 그 돈으로 더 많은 코인을 담는, 일종의 레버리지 보유 모델이다.

문제는 6월 27일 그 전제가 무너졌다는 데 있다. 이날 처음으로 mNAV가 1배 아래로 내려갔다. 기업가치는 약 504억 달러인데 보유 비트코인 가치는 약 511억 달러였다. 회사 껍데기가 그 안에 든 코인보다 싸진 것이다. 프리미엄이 사라지면 신규 주식·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끌어와 코인을 사는 모델 자체가 작동을 멈춘다. 비싸게 팔리지 않는 주식을 찍어봐야 기존 주주 지분만 희석될 뿐이다.

매각 대금은 어디에 쓰이나 - 재무 메커니즘의 함정
여기서 이번 비트코인 매각의 진짜 이유가 드러난다. 회사는 매각 대금을 신규 코인 매입이 아니라 우선주 배당금과 이자 지급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 대목이 핵심이다. 스트래티지는 그동안 우선주와 전환사채를 대거 발행해 비트코인을 사들였고, 그 부채와 우선주에는 정기적으로 갚아야 할 배당과 이자가 따라붙는다. 코인 가격이 오르고 주가 프리미엄이 유지될 때는 새 자금 조달로 이 부담을 돌려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프리미엄이 사라진 지금은 그 통로가 막혔다. 결국 약속한 배당과 이자를 지급하려면 보유 자산, 즉 비트코인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자산을 불리려고 빌린 돈의 이자를, 그 자산을 깎아 갚는 상황이 된 것이다. 레버리지 보유 모델이 상승장에서는 증폭기로 작동하지만, 조달 비용이 자산 수익을 앞지르는 국면에서는 자산을 잠식하는 역방향 기어로 바뀐다는 사실을 이번 사례가 명확히 보여준다.
수치로 보면 부담의 무게가 더 분명하다.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84만7,363개로, 개당 약 6만 달러(약 9,000만원)의 현재 시세를 적용하면 그 가치는 약 511억 달러(약 79조2,000억원)에 이른다. 코인 시세가 폭락한 국면이 아님에도 자산을 덜어내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코인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회사의 자본 구조와 현금흐름에 있음을 시사한다.
주가는 왜 올랐나 - 시장의 역설적 반응
흥미로운 점은 시장의 반응이다. MSTR 주가는 2024년 11월 고점 대비 약 85% 폭락해 최근 82달러까지 밀렸지만, 이번 발표 직후 오히려 12.6% 급등해 92.68달러로 마감했다. 약 4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악재로 보이는 보유 코인 매각 소식에 주가가 뛴 이 역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시장은 이 결정을 '항복'이 아니라 '현실 직시'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배당·이자 부담이 무한정 누적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주가를 짓눌렀는데, 회사가 자산 매각이라는 명확한 상환 재원을 제시하자 오히려 부도 위험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것이다. 동시에 회사는 우선주·보통주 자사주를 각각 최대 10억 달러씩 총 20억 달러(약 3조원) 규모로 매입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다만 이 반등이 추세 전환인지 일시적 안도 랠리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폭락의 골이 깊었던 만큼 기술적 반등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
비트코인 시장에 주는 신호 -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번 사건이 비트코인 시장 전체에 어떤 함의를 갖느냐다. 그동안 스트래티지의 공격적 매집은 '기관 수요'의 상징이었고, 세일러의 '절대 매도' 선언은 시장에 심리적 바닥을 깔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 상징적 주체의 비트코인 매각은, 코인을 무한정 흡수하던 거대한 매수 세력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번 비트코인 매각이 곧 시세 폭락으로 직결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매각 규모는 보유 자산의 일부에 불과하고, 회사가 비트코인 자체를 부정한 것도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주가 프리미엄에 기댄 무한 매집 모델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으며 그 한계가 처음으로 시장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레버리지로 쌓아 올린 구조는 자산 가격이 아니라 조달 비용과 자본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때 먼저 균열이 간다.
결국 이번 사건은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의 가치 논쟁이 아니라, 그 자산을 빚으로 떠받친 모델의 취약성에 관한 이야기다. 투자자라면 특정 종목이나 자산을 '신앙'처럼 떠받치는 서사를 경계하고, 그 이면의 재무 구조와 현금흐름을 냉정하게 읽어야 한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모든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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