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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각, '절대 안 판다'가 깨졌다 — mNAV 1배 붕괴가 보내는 신호

경제한잔 2026. 6. 30. 23:33

하락하는 붉은 그래프 화면 앞 저울에 비트코인 금화와 금 구슬이 놓인 모습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않겠다." 마이클 세일러가 수년간 반복해 온 이 선언은 단순한 투자 철학을 넘어 하나의 신앙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 원칙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비트코인 최대 보유 상장사인 스트래티지(Strategy, 전 MicroStrategy)가 회사 차원에서 보유 코인 일부를 시장에 내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결정이 세일러 개인이 아니라 이사회의 공식 승인을 거친 기업 전략이라는 사실이다. 10년간 시장을 지켜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번 비트코인 매각은 한 회사의 자금 사정 이상의 신호를 담고 있다.

 

스트래티지 이사회는 최대 12억5,000만 달러(약 1조9,3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매각을 승인했다. 2026년 6월 29일(현지시간) 발표된 '디지털 크레딧 자본 프레임워크'의 핵심 내용이다. 회사는 6월 초 이미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비트코인 32개를 매각한다고 공시한 바 있는데, 당시 시장은 이를 상징적 조치 정도로 가볍게 넘겼다. 그러나 이번에는 규모와 성격이 다르다. 매각을 공식 자본 전략으로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세일러의 '절대 매도 불가' 원칙이 사실상 폐기됐다고 봐야 한다.

이사회 매각 승인 12.5억 달러·보유 847,363 BTC·주가 고점 대비 -85% 등 핵심 수치 요약

 

왜 지금인가 - mNAV가 1배 아래로 내려간 사건

 

이번 결정을 이해하려면 'mNAV'라는 지표를 먼저 짚어야 한다. mNAV는 기업가치를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로 나눈 배수다. 쉽게 말해 시장이 스트래티지라는 회사를, 그 회사가 들고 있는 비트코인보다 얼마나 더 쳐주느냐를 나타낸다. 이 배수가 1배보다 크면 시장은 회사에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것이고, 1배 아래로 떨어지면 회사 전체를 보유 자산보다 싸게 평가한다는 뜻이다.

 

스트래티지는 그동안 이 mNAV 프리미엄을 무기로 삼아왔다. 비트코인 1달러어치를 시장에서 2달러, 3달러로 평가받는 동안에는 주식을 발행하거나 전환사채를 찍어 자금을 조달하고, 그 돈으로 다시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선순환이 가능했다. 자기 주식이 비싸게 팔릴 때 그 돈으로 더 많은 코인을 담는, 일종의 레버리지 보유 모델이다.

상승장 선순환과 프리미엄 소멸 시 비트코인 매각으로 역행하는 레버리지 보유 모델 도식

 

문제는 6월 27일 그 전제가 무너졌다는 데 있다. 이날 처음으로 mNAV가 1배 아래로 내려갔다. 기업가치는 약 504억 달러인데 보유 비트코인 가치는 약 511억 달러였다. 회사 껍데기가 그 안에 든 코인보다 싸진 것이다. 프리미엄이 사라지면 신규 주식·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끌어와 코인을 사는 모델 자체가 작동을 멈춘다. 비싸게 팔리지 않는 주식을 찍어봐야 기존 주주 지분만 희석될 뿐이다.

기업가치 504억 달러가 보유 비트코인 511억 달러보다 낮아진 mNAV 1배 붕괴 비교 그래프

 

매각 대금은 어디에 쓰이나 - 재무 메커니즘의 함정

 

여기서 이번 비트코인 매각의 진짜 이유가 드러난다. 회사는 매각 대금을 신규 코인 매입이 아니라 우선주 배당금과 이자 지급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 대목이 핵심이다. 스트래티지는 그동안 우선주와 전환사채를 대거 발행해 비트코인을 사들였고, 그 부채와 우선주에는 정기적으로 갚아야 할 배당과 이자가 따라붙는다. 코인 가격이 오르고 주가 프리미엄이 유지될 때는 새 자금 조달로 이 부담을 돌려막을 수 있었다.

매각 대금이 우선주 배당·전환사채 이자·자사주 매입에 쓰이고 신규 코인 매입은 아니라는 정리

 

그러나 프리미엄이 사라진 지금은 그 통로가 막혔다. 결국 약속한 배당과 이자를 지급하려면 보유 자산, 즉 비트코인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자산을 불리려고 빌린 돈의 이자를, 그 자산을 깎아 갚는 상황이 된 것이다. 레버리지 보유 모델이 상승장에서는 증폭기로 작동하지만, 조달 비용이 자산 수익을 앞지르는 국면에서는 자산을 잠식하는 역방향 기어로 바뀐다는 사실을 이번 사례가 명확히 보여준다.

 

수치로 보면 부담의 무게가 더 분명하다.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84만7,363개로, 개당 약 6만 달러(약 9,000만원)의 현재 시세를 적용하면 그 가치는 약 511억 달러(약 79조2,000억원)에 이른다. 코인 시세가 폭락한 국면이 아님에도 자산을 덜어내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코인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회사의 자본 구조와 현금흐름에 있음을 시사한다.

 

주가는 왜 올랐나 - 시장의 역설적 반응

 

흥미로운 점은 시장의 반응이다. MSTR 주가는 2024년 11월 고점 대비 약 85% 폭락해 최근 82달러까지 밀렸지만, 이번 발표 직후 오히려 12.6% 급등해 92.68달러로 마감했다. 약 4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악재로 보이는 보유 코인 매각 소식에 주가가 뛴 이 역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시장은 이 결정을 '항복'이 아니라 '현실 직시'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배당·이자 부담이 무한정 누적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주가를 짓눌렀는데, 회사가 자산 매각이라는 명확한 상환 재원을 제시하자 오히려 부도 위험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것이다. 동시에 회사는 우선주·보통주 자사주를 각각 최대 10억 달러씩 총 20억 달러(약 3조원) 규모로 매입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다만 이 반등이 추세 전환인지 일시적 안도 랠리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폭락의 골이 깊었던 만큼 기술적 반등 성격도 배제할 수 없다.

 

비트코인 시장에 주는 신호 -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번 사건이 비트코인 시장 전체에 어떤 함의를 갖느냐다. 그동안 스트래티지의 공격적 매집은 '기관 수요'의 상징이었고, 세일러의 '절대 매도' 선언은 시장에 심리적 바닥을 깔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 상징적 주체의 비트코인 매각은, 코인을 무한정 흡수하던 거대한 매수 세력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번 비트코인 매각이 곧 시세 폭락으로 직결된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매각 규모는 보유 자산의 일부에 불과하고, 회사가 비트코인 자체를 부정한 것도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주가 프리미엄에 기댄 무한 매집 모델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으며 그 한계가 처음으로 시장에 노출됐다는 점이다. 레버리지로 쌓아 올린 구조는 자산 가격이 아니라 조달 비용과 자본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때 먼저 균열이 간다.

 

결국 이번 사건은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의 가치 논쟁이 아니라, 그 자산을 빚으로 떠받친 모델의 취약성에 관한 이야기다. 투자자라면 특정 종목이나 자산을 '신앙'처럼 떠받치는 서사를 경계하고, 그 이면의 재무 구조와 현금흐름을 냉정하게 읽어야 한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모든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